요즘 들어 이런 생각,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물가는 오르는데 왜 내 지갑은 더 얇아지는 걸까?”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외식비를 결제할 때,
무언가 예전보다 확실히 더 비싸졌다는 느낌이 드는데도
경기 분위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이상한 상황.
경제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라고 부릅니다.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매우 드문 상황이죠.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기준금리와 같은 전통적인 경제 정책 수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무엇인지,
왜 기준금리로도 이 상황을 해결하기 어려운지를 살펴보고,
이런 시대에 개인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스태그플레이션, 왜 위험한가요?
스태그플레이션은 말 그대로 경기 침체(Stagnation)와 물가 상승(Inflation)이 함께 오는 상황입니다.
보통 경제가 침체되면 물가도 자연스럽게 하락하게 마련인데,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는 건 이례적입니다.
대표적인 원인은 공급 충격입니다.
예를 들어 국제유가나 원자재 가격이 갑자기 오르면
기업의 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결국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에 물가가 더 오를 거라는 불안심리가 겹치면
소비자들은 미리 소비를 앞당기고, 기업들도 가격을 더 빠르게 인상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은 더 가속화되고, 경기는 더 위축되죠.
이때 정부는 기준금리라는 수단으로 물가를 조절하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오히려 양쪽 모두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기준금리는 왜 무기력할까?
기준금리는 중앙은행이 경제를 조절하기 위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수단입니다.
금리를 올리면 대출이 줄고 소비가 억제되어 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고,
금리를 내리면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 경기를 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에서는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금리를 올리면 물가는 잡힐지 몰라도,
경기 침체가 더 심해지고 실업률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금리를 내리면 물가는 더 오르게 됩니다.
어느 쪽도 확실한 해답이 아닌 셈이죠.
이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정책 딜레마’라고 표현합니다.
실제로 1970년대 미국은 두 차례 오일쇼크를 겪으며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습니다.
이때 연준은 금리를 20% 가까이 인상했지만,
물가는 잠깐 잡힌 듯했을 뿐 실업률은 계속 올라갔고
경기침체는 오히려 더 심화됐습니다.
이 시기를 미국은 ‘경제적 고통의 시대’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상황은 국가의 정책도 효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개인이 먼저 자신의 경제 체력을 다져야 하는 시기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현금흐름 확보입니다.
물가가 오르면 월급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기기 쉽습니다.
배당이나 월세처럼 매달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을 만들거나
지출 구조를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지금 같은 시대에는 물가에 강한 자산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 농산물, 원자재 관련 ETF처럼
실물 기반 자산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미국의 물가연동국채(TIPS)도 대표적인 예입니다.
부채가 있다면 지금 점검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변동금리 대출은 향후 금리 인상에 따라 부담이 커질 수 있으니
가능하다면 고정금리로 전환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투자 전략 역시 바뀌어야 합니다.
이제는 고수익을 기대하는 것보다,
손실을 줄이고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방어적인 자산 구성이 중요합니다.
생활필수품, 헬스케어, 고배당주 등
경기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분야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학 교과서에서도 '예외적인 상황'으로 취급되는 복잡한 현상입니다.
이럴 때는 통화정책도, 정부의 재정정책도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개인의 판단과 준비입니다.
물가가 오르더라도 소득 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
위기에 강한 자산 배분 전략,
그리고 불확실성에 흔들리지 않는 심리적 안정감이 필요합니다.
경제를 바꿀 수는 없지만,
경제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안전지대를 만드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대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