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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골드 러시-왜 사람들은 첫 번째를 추종하는가?

by 우니84v 2025. 4. 15.

인류는 새로운 자원을 발견했을 때마다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왔다. 금을 찾아 캘리포니아로 몰려들었던 19세기의 골드 러시, 인터넷 도입기 당시 도메인과 플랫폼 선점을 위한 경쟁, 그리고 지금은 디지털 자산이라는 새로운 광맥을 둘러싼 글로벌 열풍이 펼쳐지고 있다. 오늘날 가장 눈에 띄는 디지털 골드 러시는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 시장이다.

하지만 이 열풍에는 독특한 현상이 있다. 사람들은 언제나 두 번째보다 첫 번째를 추종한다. 비트코인은 기술적 완성도에서 반드시 최고라고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장 강력한 신뢰를 얻고 있다. 이더리움, 솔라나, 폴리곤 등 수많은 후발 주자들이 더 빠른 처리 속도, 더 낮은 수수료, 더 효율적인 구조를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그 상징성과 자산으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왜 인간은 첫 번째를 추종하는가에 대해 살펴본다. 기술이 아닌 감정, 효율이 아닌 역사성, 합리성보다 심리적 신념이 디지털 자산 선택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분석하며, 암호화폐 시장의 구조와 인간 본성 사이의 관계를 조명한다.

 

디지털 골드 러시-왜 사람들은 첫 번째를 추종하는가?
디지털 골드 러시-왜 사람들은 첫 번째를 추종하는가?

 

1. 최초성의 상징성과 신화 만들기

비트코인은 단순히 가장 먼저 등장한 암호화폐라는 지위만으로도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기술 이전에 상징이다. 이름 모를 창조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만든 분산화된 통화 실험은 곧 철학이 되었고, 커뮤니티와 문화가 결합하면서 하나의 신화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최초의 것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역사성과 연결되며, 변하지 않는 정체성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브랜드 세계에서도 코카콜라는 가장 오래된 탄산음료로서 소비자에게 강한 안정감을 준다.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은 많은 이들에게 암호화폐의 원형, 기준, 언어 자체로 인식된다.

이런 최초성은 종교적 구조와 유사하다. 창조자가 있고, 초기에 헌신했던 이들이 있으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하나의 신념 체계가 형성된다. 이후 등장하는 다른 암호화폐는 설계적으로 더 우수할 수 있으나, 비트코인만큼의 상징성을 가지기 어렵다. 이 상징성은 기술적 비교로는 설명되지 않는 일종의 문화 자산이 된다.

결국 최초성은 단순한 시점이 아니라 신뢰의 기반이 된다. 사람들은 누구보다 먼저 존재했던 자산에 본능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며, 그 안에 역사의 무게와 서사를 부여한다.

2. 희소성과 선점욕의 결합

인간은 희소한 것에 끌린다. 그리고 선점할 수 있다는 감각은 더욱 강력한 소유욕을 자극한다. 비트코인은 총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희소성이 내장되어 있다. 이 제한은 마치 금처럼 공급이 제한된 자원이라는 인식을 만든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단순한 희소성이 아니다. 바로 그것을 남보다 먼저 확보할 수 있다는 선점욕이다. 디지털 골드 러시란 결국 가장 빠르게, 가장 먼저, 가장 싸게 확보하는 사람이 큰 이익을 본다는 신호로 작용한다.

초기 투자자들이 1달러도 안 되는 가격에 비트코인을 매입해 수억 원의 자산을 얻게 되었다는 신화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타이밍이며, 기술 이해보다 감정이 앞선다. 후발 코인들도 이러한 신화를 반복적으로 재현하려 하지만, 그 파급력은 처음과 다르다. 최초의 선점 효과는 한 번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디지털 골드 러시에서 ‘첫 번째’는 투자 기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자산의 가치뿐 아니라 인간의 소유 본능,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비, 그리고 타인보다 앞서 있다는 우월감까지 포함하는 복합적 감정의 결과다.

3. 디지털 신뢰는 기억 위에 쌓인다

블록체인은 신뢰를 분산화된 기록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그런데 이 기술이 작동하는 핵심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기억과도 맞닿아 있다.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오래전부터 존재한 자산’으로 인식하며, 그 역사가 신뢰를 구축하는 기반이 된다.

디지털 시대의 신뢰는 단지 기술력으로만 쌓이지 않는다.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남았는지, 얼마나 많은 위기를 견뎠는지가 결정적인 기준이 된다. 비트코인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 탄생해 여러 번의 폭락과 반등을 겪으며, 시장에서의 생존력을 입증해 왔다. 이 과정은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집단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 기억은 단순한 과거 기록이 아니라,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 신규 암호화폐가 아무리 빠르고, 안정적이며, 실용적이라 하더라도, 과거에 대한 기억이 없는 자산은 시장의 신뢰를 끌어내기 어렵다. 사람들은 ‘검증된 것’에서 안심을 얻는다. 그리고 이 검증은 시간 속에서만 가능하다.

결국 첫 번째는 오래 살아남았다는 상징이 되고, 이는 곧 신뢰로 이어진다. 디지털 자산은 데이터와 코드로 이루어졌지만, 그것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것은 인간의 기억과 믿음이다. 첫 번째 자산은 그런 의미에서 기술이 아닌 시간의 힘을 가진다.

디지털 골드 러시는 단순한 기술 혁신이나 금융 트렌드 이상의 현상이다. 그것은 인간의 심리, 역사, 기억, 감정이 결합된 복합적인 흐름이다. 그리고 이 흐름의 중심에는 언제나 ‘첫 번째’가 있다.

사람들은 기술보다 신화를 추종하고, 수익보다 상징을 좇는다. 첫 번째는 효율적이지 않아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가장 먼저이며, 가장 오래됐고, 가장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수많은 코인이 등장하고 사라지겠지만, 최초의 디지털 금광을 발견했던 기억은 계속해서 사람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기억 속에서 다시 한 번 ‘가장 먼저’의 가치를 되새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