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어떤 변곡점에 서 있는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사용되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우리는 다양한 기술의 발전을 경험했고, 특히 인공지능의 등장은 노동 시장의 풍경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고 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는 단순 반복 업무뿐 아니라 창의적인 영역까지 진입하며 '기계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실제적인 답변을 주고 있다. 단순히 기술의 발전을 넘어, 우리는 그에 따른 고용 구조의 재설계를 마주하고 있다. 고용 시장의 재편은 단순한 직업군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생태계에 큰 파장을 불러오며 정부 정책의 방향성 자체를 다시 고민하게 만든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AI가 일하는 세상에서 사람은 어떤 역할을 하며, 그들을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지금부터 그 가능성과 방향에 대해 함께 살펴보자.
1. 기술 진보가 일자리를 없앤다고? 오히려 '재구성'된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우려는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일자리의 소멸이 아니라 재구성에 더 주목한다. 과거에도 기술 발전은 일자리를 없애기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직무를 만들어 왔다. 문제는 이 변화가 점진적이지 않고 매우 빠르게, 그리고 특정 산업에 불균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고객 서비스, 회계, 번역, 기사 작성 등과 같이 규칙 기반의 작업은 이미 AI가 상당 부분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AI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직무, 데이터를 정제하고 분석하는 업무, 윤리와 규제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역할 등 새로운 직무들이 급속히 생겨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직업 전환 지원이 아니라, 전 국민적 직무 재교육 정책, 즉 ‘리스킬링’과 ‘업스킬링’을 포함한 교육 기반 정책이다.
2. 고용 안정성을 위한 정책, ‘전통적 정규직’ 개념에서 벗어나기
AI 시대의 고용 구조는 점점 더 비정형적이고 유연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디지털 노마드 등 고용 형태는 다양해지고 있지만, 우리 정책은 여전히 ‘정규직 중심의 보호’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고용의 유연화가 고용의 불안정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제는 ‘한 회사에 오래 다니는 직장인’을 보호하는 것뿐 아니라, 이동하고 유동적인 노동자를 위한 제도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개인사업자나 프리랜서를 위한 사회보험 가입 시스템, 직무 기반 급여 체계, AI에 의해 평가받는 업무 환경에서의 ‘디지털 근로권’ 보장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고용을 유연하게 유지하면서도 사회적 안정성과 연계된 정책 모델이 미래형 고용 정책의 핵심이 될 것이다.
3. AI와 공존하기 위한 '정서적 노동'과 '창의적 노동' 육성
AI는 효율적이고 정확하지만, 공감 능력이나 창의성에서는 여전히 인간을 대체하기 어렵다. 따라서 고용 정책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정서적, 창의적 영역을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특히 교육 정책과의 연계가 중요하다. 단순한 코딩 교육이 아니라, 복합 문제 해결 능력, 비판적 사고, 창의적 기획력, 감정 지능등을 키울 수 있는 전방위적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이는 단지 학교에서의 교육만이 아니라, 성인 대상 평생 교육 프로그램,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재교육 기회 확대로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정부는 이런 방향성을 반영한 산업 전략을 구상해야 하며, 기업과 개인, 국가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포용적 기술 발전 정책을 펼쳐야 한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결국 그것을 활용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사람’이다.
정책은 기술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AI는 이미 현실이며, 이제는 이에 맞춘 제도적 혁신이 절실하다. 단기적인 실업 대책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유연한 고용 생태계 구축이 핵심이다. 고용 정책은 더 이상 과거의 프레임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변화하는 노동 시장에 걸맞은 새로운 정책 모델, 그리고 사람 중심의 기술 활용 철학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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