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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경제 활동에 대한 조세정책 방향성

by 우니84v 2025. 4. 19.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단순한 가상현실의 연장선 정도로 인식했다. 하지만 현재 메타버스는 단순한 놀이 공간을 넘어 하나의 경제 생태계로 자리잡고 있다. 아바타가 땅을 사고 건물을 짓고, 디지털 아이템을 사고파는 것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기업은 메타버스 공간에 쇼룸과 매장을 만들고, 실시간 마케팅과 제품 판매까지 이어간다. 이처럼 실질적 가치가 발생하는 새로운 공간에서 중요한 질문이 제기된다.

메타버스 경제 활동은 과연 과세의 대상이 되는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언제, 어떤 기준으로 과세할 것인가. 조세는 국가의 기능을 유지하는 핵심 수단이지만, 그 작동 원리는 대부분 물리적 거래와 실물 경제에 기반을 두고 설계되었다. 그러나 메타버스는 기존 조세체계가ㅁ 상정하지 못한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앞으로 조세정책은 이 새로운 디지털 경제 공간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메타버스 경제 활동에 대한 조세정책 방향성
메타버스 경제 활동에 대한 조세정책 방향성

메타버스 속 거래는 현실인가? 과세 가능성의 기준 재정립

메타버스 내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는 가상 환경 속에서 발생하지만, 실제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예를 들어 한 이용자가 메타버스 내에서 가상 부동산을 구입하고 이를 다시 판매하여 수익을 올렸다면, 이는 실질적인 자산 거래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러한 거래가 현실 세계의 법적, 조세적 기준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행 세법은 대부분 실물 자산 또는 명확한 서비스 제공에 근거하여 과세 대상을 구분한다. 하지만 메타버스에서는 거래 대상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거나, 국가 간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특정 국가에 서버가 있더라도, 이용자와 수익 창출 주체가 각각 다른 국가에 있다면 어느 국가에서 과세를 할 수 있는가. 이처럼 새로운 경제 활동에 대해 기존의 ‘거주지 기준’, ‘소득 발생지 기준’만으로는 과세 근거를 마련하기 어렵다.

따라서 조세정책은 단순히 기존 규정을 메타버스에 억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경제 구조에 맞는 새로운 ‘과세 기준 틀’을 설정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아바타의 수익도 과세 대상인가? 디지털 신분과 조세 인식

메타버스에서는 이용자의 본명이 아닌 아바타가 경제 활동의 주체가 된다. 이 아바타는 브랜드를 만들고, 콘텐츠를 제작하며, 때로는 다른 아바타를 고용해 수익을 창출한다. 여기서 중요한 이슈는 소득의 주체를 어떻게 식별하고, 그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조세를 부과할 수 있는가이다.

현행 조세 체계는 실명 기반 금융 시스템과 납세 의무자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익명성 또는 가명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거래의 투명성과 과세의 실효성이 동시에 위협받을 수 있다. 예컨대 NFT 기반 자산 거래나 디지털 아바타의 수익 모델은 블록체인 기술 위에 존재하며, 이를 국가가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통제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단순히 납세 의무자를 규정하는 것을 넘어서, 디지털 신분에 기반한 조세 체계를 새롭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아바타의 수익과 실제 이용자의 연결, 블록체인상의 지갑 주소와 납세 고유번호 간의 연계 등 기술적 기반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와 세무 투명성 간의 균형도 고려되어야 한다.

국제 조세 협력과 디지털 주권의 새로운 딜레마

메타버스는 본질적으로 국경이 없고, 글로벌 플랫폼에 의해 운영된다. 이는 조세 주권과 관련한 새로운 문제를 불러온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메타버스에서 전 세계 이용자를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수익을 창출했을 경우, 어느 나라가 이 소득에 대해 과세 권한을 갖는가. 현실에서는 거주지나 서버 위치, 법인 등록 국가 등을 기준으로 과세권을 분배하지만, 메타버스에서는 이 기준들이 모두 모호해진다.

이러한 문제는 OECD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세 논의와도 연결된다. 다국적 플랫폼 기업의 조세 회피를 방지하고 과세권을 공정하게 분배하려는 노력은 이미 진행 중이다. 그러나 메타버스는 이보다 더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 기존의 디지털세 틀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제 조세 협력체계는 단순한 법인세 중심의 조정이 아닌, 메타버스 플랫폼 운영 구조와 이용자 기반 수익 모델에 따른 새로운 과세권 배분 원칙을 개발해야 한다. 동시에 각국은 자국 이용자의 데이터, 자산, 소득에 대한 보호와 통제권 확보를 놓고 ‘디지털 주권’이라는 개념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이는 향후 메타버스 기반 글로벌 조세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우리가 일하고 소비하고 자산을 축적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세정책 역시 단순한 기술 대응을 넘어서, 근본적인 철학의 전환이 필요하다.

조세란 단지 수입을 걷는 수단이 아니라, 경제 활동을 규율하고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시대의 조세정의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소유하고 이익을 누리는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요구한다.

지금이 바로, 기존의 틀을 벗어나 디지털 경제와 공존 가능한 조세 정책을 설계할 때다. 그리고 이 논의의 출발점은 현실보다 빠르게 진화하는 가상공간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경제 활동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데서 시작된다.